하리모토 남매 - 중국에서 일본으로 간 부모가 세계적인 탁구 남매를 키운 과정

하리모토 토모카즈와 하리모토 미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두 선수가 중국 출신이면서 일본 국적을 취득한 중국계 일본인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언론에서는 하리모토 남매를 소개하면서 ‘창씨개명’, ‘중국을 배신한 선수’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하리모토 가족의 이야기를 이해하기에는 중요한 과정이 빠져 있으며, 단순히 본인들의 이득을 위해 나라를 배신한 가족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하리모토 가족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일본에 정착했고, 부모는 어떻게 두 남매를 세계 정상급 선수로 키워낼 수 있었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리모토 남매의 부모가 중국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이유

하리모토 남매의 부모

하리모토 남매의 부모인 장위(일본명 하리모토 유)와 장링(일본명 하리모토 린)은 모두 중국 쓰촨성 출신의 탁구 선수였습니다.

어머니 장링은 중국 대표로 1995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고, 은퇴 후에는 말레이시아 여자대표팀 감독도 맡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아버지 장위는 어머니처럼 잘 알려진 선수는 아니었지만 중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으며, 이후 해외로 나가 선수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아버지 장위는 1993년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이후 중국과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가 1998년 센다이 주니어클럽의 지도자로 다시 일본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리모토 가족이 처음부터 토모카즈를 일본 대표로 만들기 위해 일본으로 온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중국으로 돌아가 지도자가 될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센다이에서 생활 기반이 만들어졌고, 일본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보람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리고 2003년 토모카즈가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훗날 토모카즈가 태어난 뒤 생활의 중심이 완전히 일본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2008년에는 미와가 태어났습니다.

정리하면 하리모토 남매는 중국에서 성장하다 일본으로 건너온 것이 아니라, 부모가 일본에 정착한 이후 일본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귀화 과정

하리모토 가족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시점 중 하나가 2014년입니다. 토모카즈는 2003년생이기 때문에 당시 이미 11세였고, 미와는 6세였습니다.

2014년 봄, 아버지와 토모카즈, 미와가 함께 일본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특히 당시 부모가 일본 귀화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아버지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토모카즈의 꿈을 이루는 데 일본 국적을 갖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부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실은 ‘처음부터 일본 대표가 되기 위해 일본으로 왔다’는 설명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일본에서 살아온 시간이 먼저 있었고, 토모카즈가 실제로 일본의 유망주로 성장하면서 앞으로의 선수 생활을 어디에서 이어갈 것인지 결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2014년 귀화는 단순히 부모가 중국을 떠나 일본을 선택한 사건이라기 보다, 일본에서 성장한 자녀들의 미래와 선수 경력을 고려한 가족의 결정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2026 WTT 충칭 챔피언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하리모토 미와와 WTT 요코하마 챔피언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하리모토 토모카즈 남매


중국식 훈련 모방X

하리모토 남매의 성공을 이야기하면 흔히 부모가 중국 출신이라는 점부터 강조합니다. 물론 중국의 엘리트 탁구를 경험한 부모에게서 기술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하지만 하리모토 남매의 성장 과정을 보면 중국식 육성을 그대로 일본에 옮겨놓은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오히려 부모가 자신들의 선수 경험과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맞는 방식을 만들어갔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토모카즈입니다. 토모카즈는 체격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대신 빠른 타이밍과 전진에서의 공격, 상대에게 시간을 주지 않는 플레이를 극단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백핸드를 중심으로 공을 빠르게 받아치고, 타점을 앞에서 잡아 랠리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독특한 스타일은 지금의 하리모토를 대표하는 무기가 됐습니다.

결국 두 선수의 성장은 부모가 중국 탁구의 정답을 그대로 주입했다기보다, 자녀에게서 발견한 장점을 자신들이 가진 탁구 지식으로 극대화했다고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토모카즈의 어린 시절 훈련도 흔히 생각하는 극단적인 영재교육과는 달랐습니다. 아버지에 따르면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하루 2시간 이상 훈련하는 경우가 없었고, 어머니는 탁구보다 공부와 건강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토모카즈 성장 과정에서 얻은 교훈

하리모토 가족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토모카즈와 미와의 나이 차이입니다.

토모카즈가 먼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면서 부모는 한 명의 유망주를 세계 정상급 선수로 키우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성공 뒤에 뒤따르는 부담과 압박감, 상대 선수가 본인의 스타일에 익숙해졌을 때 극복할만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겪었습니다. 물론 이 과정은 토모카즈 본인이나 가족에게 힘든 시간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하리모토 가족에게는 어려움에 대처하는 또 다른 자산 하나가 축적됐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약 5년 뒤 미와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토모카즈의 시행착오를 분석해 미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와의 경기를 보면 오빠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보완한 플레이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쩌면  미와는 단순히 토모카즈와 같은 방식으로 길러진 선수가 아니라, 가족이 첫 번째 선수를 키우면서 얻은 경험까지 축적된 환경에서 성장한 선수가 아니었을까요?

이것이 하리모토 남매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입니다. 토모카즈가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면, 미와는 그 길을 지켜본 가족의 경험까지 가지고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천재 소년 하리모토 토모카드가 세계 최강이 되지 못한 이유


축적된 경험 아래 성장한 미와

미와가 성장하면서 보여준 모습도 이를 잘 보여줍니다. 오빠처럼 빠른 타이밍과 적극적인 공격을 활용하지만, 단순히 토모카즈의 플레이를 복사한 선수는 아닙니다. 신체 조건과 여자탁구의 경기 양상에 맞춰 자신의 랠리 능력과 공격력을 발전시켰고, 오빠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결국 부모가 두 자녀에게 똑같은 답을 적용했다기보다는 각자의 장점을 발견하고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킨 것에 가깝습니다.

이 점에서 하리모토 남매의 성공을 단순히 ‘중국 탁구 DNA’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부족합니다. 부모의 선수 경험은 출발점이었지만, 일본에서 쌓은 지도 경험과 가족만의 육성 방식, 그리고 각 아이의 개별적인 재능이 결합됐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하리모토 미와 - 잘 설계된 선수가 만들어내는 극한의 효율


중국인들 실제 반응

하리모토 남매를 둘러싼 중국의 시선도 상당히 복잡합니다. 중국은 세계 탁구 최강국이고 일본은 가장 중요한 경쟁국 가운데 하나입니다. 따라서 중국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선수가 일본 대표로 중국 선수들을 위협한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한 상징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팬들의 반응을 봐도 대체로 반반으로 나뉘는 분위기입니다. 대다수는 ‘중국에서 나온 탁구 선수가 일본을 대표한다’는 점을 불편하게 여기는 편이지만, 중국 탁구의 환경에서 성장한 부모의 자녀라는 점 때문에 관심과 자부심을 느끼는 시선도 꽤 있는 편입니다.


일본 탁구 국가대표팀 단체 사진

👉👉결론적으로 모든 과정을 살펴봤을 때 하리모토 남매를 단순히 ‘중국을 배신하고, 일본으로 귀화해 성공한 선수’라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생활 터전은 이미 일본에 있는 상태였고, 이미 일본에서 크고 자란 자식들의 정체성이 일본인에 가까운 상태에서 그들의 미래를 고려해 국적을 변경하였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 시선일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하리모토 남매를 표현할 때 창씨개명’이나 ‘배신자’ 같은 자극적인 표현보다, 부모가 언제 일본에 왔는지, 남매가 어디에서 태어나 성장했는지, 왜 2014년에 귀화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두 선수를 키웠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