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focus - 한국 탁구는 왜 복식에 강할까?

WTT 스타컨텐더 도하 남자 복식 종목에서 장우진/조대성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달에는 임종훈/신유빈 조가 WTT 파이널 혼합 복식 종목에서 한국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는데요. 한국 탁구가 유독 복식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는 단순한 선수 개인 기량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탁구가 복식이라는 종목을 바라보는 전략과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한국이 왜 유독 복식에서 강한 지를 구조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탁구는 왜 유독 복식에 강한지 분석한 글의 썸네일

 복식 집중 육성 전략

한국 탁구의 가장 큰 특징은 복식을 단식의 부속 종목이 아닌, 독립적인 메달 종목으로 인식해왔다는 점입니다. 단식은 개인 재능과 신체 조건의 비중이 매우 큰 종목인 반면, 복식은 전술 설계와 파트너 간 호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훈련을 통해 개인 경쟁력의 한계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한국은 이 점을 비교적 일찍 인식했고, 복식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자원을 집중해왔습니다. 특정 선수 조합을 장기간 유지하며 경험을 축적하고, 복식 전용 패턴을 반복 훈련하는 방식은 단기간 성과보다 장기 완성도를 중시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력 중심 문화와 마인드 차이

일본은 개인 단식 경쟁력 면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식 경기에서는 그 차이가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는 기술적 완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복식을 바라보는 마인드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개인 랭킹과 단식 성과를 선수 평가의 핵심 지표로 삼는 경향이 강하며, 복식은 단식 경쟁력을 보완하거나 활용하는 수단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한국은 개인 성과보다 팀 단위 성과와 조합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실제 복식 운영 방식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일본이 선수 개인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복식 조합을 구성한다면, 한국은 조합 전체의 효율과 균형을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그 결과 한국 선수들은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인식하고, 필요하다면 개인플레이를 줄이면서도 팀 완성도를 유지하는 선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이러한 조직력 중심의 문화는 복식 경기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높은 전술 이해도

복식, 특히 혼합복식은 단식보다 훨씬 복잡한 전술적 판단을 요구하는 종목입니다. 서브 이후 공격 주도권을 누구에게 가져갈지, 랠리 중 어떤 선수가 마무리를 맡을지에 대한 명확한 약속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이러한 전술적 요소를 감각이 아닌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데 강점을 보입니다. 상대 조합에 따라 서브 방향과 리시브 선택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경기 중에도 역할 분담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이 전술 이해도는 단식에서의 개인 기량 차이를 복식에서는 상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코스 선택과 체력 소모 유도

한국 선수들과 복식 경기를 치른 상대 선수들이 경기 중 유독 신음 소리를 내는 장면이 자주 포착되는 이유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단순한 체력 문제라기보다, 코스 선택과 전개 방식에서 오는 부담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복식은 한 방으로 끝내는 공격보다는, 상대가 가장 불편해하는 지점을 반복적으로 공략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좌우로 크게 흔들거나, 깊고 짧은 코스를 교차 사용하며 상대의 위치 이동을 지속적으로 유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 선수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판단과 움직임을 강요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체력 소모와 심리적 압박이 누적됩니다. 이러한 누적 압박이 한국 복식 특유의 끈질긴 경기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도하 스타컨텐더에서 남자 복식 우승을 차지한 장우진과 조대성의 모습

한국이 탁구 복식에서 강한 이유는 무엇보다 복식이라는 종목의 특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해왔기 때문입니다. 복식을 하나의 독립된 종목으로 인식하고 조직력과 전술 완성도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축적해온 선택이 지금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2028년 올림픽에서 남녀복식이 부활하고, 혼성 단체전의 첫 종목으로 혼합복식이 채택되면서 중국과 일본 역시 복식 종목에 대한 집중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이 기존의 복식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강점에 안주하기보다 전술 설계와 훈련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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